어제 하루동안 쓴 소설입니다. 저 또한 부족하다는게 매우 많다는 걸 알아서 장점은 말 안하셔도 되고 단점을 날카롭게 말해주시면 감사합니다. 또한 저 같이 필력이 안 좋은 사람이 감명깊게 읽을 만한 소설도 있다면 추천 부탁드리겠습니다.운명이라고 할 수 있는 식칼보다 펜을 쥐는 것이 좋았다.요리사라고 무시하는 것이 아닌, 그보다 더한 창작이라는 무질서의 세계를 동경한 탓일까.나는 생각하는 동상이었고, 또한 세계의 창조자가 되고싶었다.식칼이 나의 운명이라고 단정한 것은 내가 요리학교의 열등한 학생이기 때문이다. 사실 식칼을 들어본 적은 새빨간 사과를 깎을 때 밖에 없었다. 이유는 그 붉은 것에서 나오는 영롱함이 내가 백광의 식칼을 드는 이유였던 것이다. 허나, 사과를 자르면 꼭 한번 씩 붉은색과 다른 심장을 적시는 물방울에, 나는 그것을 입으로 쪽 빨아 삶과 죽음의 경계에 맛을 음미하곤 했다.요리 선생님은 나에게 늘 칼솜씨를 보고 날카로운 지적을 쏟아냈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심장을 꿰뚫는 상처의 송곳일지 언정, 나는 구멍 사이로 흘러내리는 의식적 수치심을 숨길 줄 알았다.허나, 송곳의 수치를 숨겨내어도, 군중의 못질은 막을 수가 없었는데. 반 아이들의 비웃음 소리를 나는 그럴 때 마다 고개를 저 아래로 숙여 몸 속 깊숙히 박히는 그 말들을 최대한 새어나오지 않게 귀를 막으며 틀어막았다.그때, 나는 무엇을 위해 이곳을 다니는가- 에 대한, 자아성찰을 위한 질문에도. 나는 송곳 박힌 심장으로도, 입을 열지 못해 꾹 다물었다. 왜 때문에 못하는 건지. 왜 부끄러운 건지. 나는 알지 못해, 철학 자체를 이해 못한 꺼벙이 처럼 숙인 고개를 더욱 더 숙일 뿐이었다.무거워진 머리로 보는 유일한 짓은 작품을 읽는 것이다.전세기의 걸친 전인류의 허상을 위한 몸부림은, 나를 위한 저항이요, 열등생에게 주어지는 보상이로다. 허나, 그 짓은 한 시간을 안 가는데. 쿵, 떨어지는 종소리 세 번으로, 나는 단두대에 끌려가는 사형수처럼 퀭한 눈으로 책을 덮고. 교재를 책상위에 올려놓았다.학교의 교실은 전형적인 직사각형의 모습인데. 그 풍경이, 사방이 가로막힌 교도소로 빗대어 보여 늘 숨이 죄어오는데. 그 억압에 답답하여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도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금속의 차단이었다.학교의 수업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는데. 나같은 머리 나쁜 둔재는 하여금 고개를 젖혀 애꿏게 다시 보게 만들어 목을 아프게 하는 재질이 있고, 그 탓에 꾸물거리며 온 묵직한 말들이 곧 눈꺼풀 위로 살금살금하며 얹혀 결국 무게를 이기지 못한 눈꺼풀이 서서히 잠겨 또 인생의 오만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 예약된 일인듯, 선생이 다가와 사형수의 머리를 후리고. 늘 있는 관례로 나를 교모히 돌려 비난해내린다.그때 나는, 옛날 구박 받던 예수같은 창조자들의 일상이 이랬을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같은 놈에 비유하는 것에 자기혐오에 빠져 글과 함께 새겨진 영혼들에게 마음 속 깊이 사죄한다.수업이 끝난다면, 우린 노역을 끝낸 노예처럼 오와 열을 맞춰 선생이라는 간수를 따라 기숙사로 향한다.높게 뻣은 나무들은 태양 하나 지는 것을 가리려고 뉘엿뉘엿 나뭇잎 하나까지 움직여가며 주황빛 노을을 상상 속으로 치부하였다.기숙사에 도착한 나는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침대에 또 몸을 던지며 피곤에 잠긴 육체와 함께 사념으로 빠져든다.아직 의식은 깨어있어, 눈 앞에서 흐물하게 떠오르는 문장들을 잡으려 손을 뻗는데. 물고기를 낚는 어부처럼 그 문장을 낚아채는 순간 기억의 단편으로 훅, 들어와 나는 몸을 벌떡 일으키고 어젯밤 던져둔 노트를 집어들었다.그럼에도 글을 하나 쓸 수가 없었는데. 그건 내 옆에 연필 한자루가 없어서가 아닌 내 자신에게 한심하여 비탄한 자신감이여서라.위대한 작가들을 생각하면서도, 또 내가 그들 처럼 될 수 없다는 생각에 노트를 던지지만, 그건 내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표와도 같다고 생각하여 힘없는 몸자락을 침대에 눕힌다.어느덧 시간은 취침시간.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내일은 나겟거니 하며 잠에 들었다.인생이라는 정답 없는 질문지에 살아가는 나로서. 이 행동은 오답인 것을 알면서도.자만에 가득찬 눈으로 잠을 붙이고 만것이어라.